02. 선택하지 않은 것에도 가격이 있다
영화가 시작된 지 20분, 지루해서 시계를 세 번째 본다. 밖으로 나가면 친구와 저녁을 먹을 수 있지만 15,000원짜리 표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돈이 아까우니 끝까지 봐야지.” 정말 합리적인 선택일까?
경제학은 선택한 것만 보지 않는다. 선택하지 않아 사라진 가능성,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된 비용, 지금 한 걸음을 더 내디딜 때 새로 생기는 이익과 비용을 따로 본다. 이 세 시선이 기회비용, 매몰비용, 한계분석이다.
포기한 대안이 보내는 청구서
시간과 돈이 무한하다면 선택은 가벼울 것이다. 그러나 한 시간을 공부에 쓰면 그 시간에 할 수 있었던 아르바이트나 휴식은 포기된다. 기회비용은 선택 때문에 포기한 대안 가운데 가장 가치가 큰 것의 가치다. 교과서식 경제적 비용 계산에서는 실제 지출인 명시적 비용과, 자기 시간·자산을 다른 데 썼다면 얻었을 이익인 암묵적 비용을 함께 살핀다.
카페를 열기 위해 재료비와 인건비로 200만 원을 지출하고, 자기 소유 건물을 사용하느라 받을 수 있었던 임대료 300만 원을 포기했다고 하자. 장부에는 실제 지출한 200만 원이 비용으로 보이고, 경제적 선택에서는 포기한 임대료 300만 원도 조용한 비용으로 들어온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공짜는 아니다.
다만 기회비용을 ‘포기한 모든 것의 가치 합계’로 생각하면 안 된다. 동시에 선택할 수 없었던 대안 가운데 가장 나은 하나의 가치를 보는 것이 핵심이다. 토요일에 영화, 등산, 아르바이트 중 하나만 할 수 있는데 영화를 골랐다면, 등산의 만족과 아르바이트 수입을 무조건 더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한 대안 중 가장 가치 있게 평가한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미 가라앉은 비용은 오늘의 방향을 정하지 못한다
매몰비용은 이미 지출했고 현재 선택으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환불 불가능한 영화표 값은 극장을 나가든 남든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의 선택은 ‘앞으로 남은 영화에서 얻을 만족’과 ‘밖으로 나가 얻을 만족’을 비교해 내려야 한다.
그렇다고 과거 비용을 언제나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출을 일부라도 되돌려 받을 수 있거나, 중단하면 위약금이 새로 생긴다면 그 금액은 현재 대안에 따라 달라지는 미래 비용이다. 또 과거의 실패는 다음 선택에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무시해야 하는 것은 과거 그 자체가 아니라, 앞으로 어느 쪽을 골라도 달라지지 않는 회수 불가능한 금액이다.
매몰비용에 끌리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돈을 썼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중단하면 스스로 틀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손실을 만회하려고 더 많은 시간과 돈을 넣는다. 그러나 매몰비용은 “계속하면 본전을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이 아니라, 이미 끝난 거래의 기록이다.
전체가 아니라 ‘한 단위 더’를 묻는다
한계분석은 선택을 잘게 쪼갠다. 한계편익은 행동을 한 단위 더 했을 때 늘어나는 편익이고, 한계비용은 한 단위 더 했을 때 늘어나는 비용이다. 뷔페에서 첫 접시의 만족은 크지만 다섯 번째 접시의 만족은 작을 수 있다. 반면 배가 부를수록 불편이라는 한계비용은 커질 수 있다.
한 단위를 더 했을 때 한계편익이 한계비용보다 크면 늘릴 이유가 있고, 반대면 줄일 이유가 있다. 연속적이고 매끈한 모형에서는 둘이 같아지는 부근에서 선택량이 정해진다. 하지만 현실의 선택은 한 덩어리로 끊기거나 불확실하므로 정확한 등식보다 ‘추가분끼리 비교한다’는 사고가 더 중요하다.
추천랭킹에서도 이 구조를 뜻밖의 곳에서 보여 준다. 이미 잘 맞는 콘텐츠를 더 추천하면 지금의 만족은 크지만 새 취향을 알아낼 기회는 줄어든다. 낯선 콘텐츠를 시험하면 당장의 만족을 잃을 수 있지만 다음 선택에 쓸 정보를 얻는다. 탐색 한 번을 더 할 때 얻는 정보의 한계편익과, 그 자리에 검증된 추천을 놓지 못한 한계비용을 비교하는 셈이다.
이런 글에서
요지: 매몰비용은 이미 지출되어 현재 선택으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경제개념 — 기회비용·매몰비용」
이 문장에서 중심은 ‘이미’보다 ‘다시 회수할 수 없는’에 있다. 과거에 쓴 돈이라도 되팔거나 환불할 수 있다면 현재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가치가 남아 있다. 정의의 조건을 끝까지 읽어 보자.
출제 이력
출제 이력
평가원 · 2012학년도 9월 모의평가 — 한계비용
한눈에 정리
이 꼭지에서 챙길 그림 하나
선택 → 가장 나은 포기 대안의 가치 = 기회비용
이미 지출 + 현재 선택으로 회수 불가 = 매몰비용
한 단위 더 할 때 늘어나는 편익·비용 = 한계편익·한계비용
오늘의 판단 = 과거 총액이 아니라 앞으로 달라질 추가분 비교
생각해 볼 거리
온라인 강의를 절반 들은 뒤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남은 강의를 계속 들을지 결정할 때, 이미 들인 시간은 모두 매몰비용일까? 그 시간에서 얻은 정보는 오늘의 선택에 어떤 방식으로 남는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