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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기본 · 3/18 · 약 7분

필요·충분·필요충분조건

02. 문을 여는 열쇠와 반드시 지나야 할 문

졸업하려면 정해진 학점을 채워야 한다. 학점을 채웠다고 언제나 졸업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요건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짧은 문장 안에서 학점은 졸업의 필요조건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조건을 읽을 때 일상어의 ‘필요하다’와 논리학의 필요조건을 섞으면 방향이 뒤집힌다. 화살표의 출발과 도착을 분명히 해 보자.

충분조건은 결과를 보장하는 출발점이다

‘P이면 Q이다’에서 P가 참이면 Q가 따라온다. 이때 P는 Q의 충분조건이다. 개가 되는 것은 포유류가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포유류가 되는 길은 개 말고도 많다. ‘충분’은 그것 하나만 있으면 결과가 온다는 뜻이지, 그 길만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다.

필요조건은 결과가 성립하려면 빠질 수 없는 조건이다

같은 조건문에서 Q는 P의 필요조건이다. 개라면 반드시 포유류여야 하므로 포유류임은 개임의 필요조건이다. Q가 없으면 P도 없다. 그래서 원래 조건문의 대우인 ‘Q가 아니면 P가 아니다’는 논리적으로 같은 힘을 갖는다. 반면 ‘Q이면 P이다’라는 역은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

필요충분조건은 양방향 화살표다

P가 Q의 충분조건이면서 필요조건이면 P와 Q는 필요충분 관계다. 이때 ‘P일 때 그리고 오직 그때 Q’라고 말할 수 있다. 정의문에서 자주 나타나지만 현실의 복잡한 개념은 깔끔한 필요충분조건을 찾기 어렵다. 지식이나 정의, 예술을 한 줄로 정의하려는 논쟁이 오래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반례는 화살표가 너무 강한지 시험한다

‘성적이 높으면 성실하다’에 반대하려면 성적은 높지만 성실하지 않은 한 사례를 찾으면 된다. 반례는 전건이 참이고 후건이 거짓인 경우다. 전건·후건을 적고 역·이·대우를 나누면, 지문의 ‘오직’, ‘반드시’, ‘~만으로’가 얼마나 강한 주장인지 보인다.

이런 글에서

요지: 조건문에서 전건은 충분조건이고 후건은 필요조건이다.

출처: OpenStax, Logical Statements

한눈에 정리

필요·충분·필요충분조건 읽기 지도

P → Q
P = Q의 충분조건
Q = P의 필요조건
대우: ¬Q → ¬P
역 Q → P는 별도 검증

생각해 볼 거리

‘좋은 대학에 가려면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에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정확히 판정할 수 있을까. 문장 자체가 과도한 주장인지도 따져 보자.

‘모두 그렇지는 않다’가 남겨 두는 가능성

양화 · 부정의 범위 · 같은 대상

회의에서 누군가 ‘모든 회원이 이 안에 찬성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이 말을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다’로 옮기면 회의의 모습이 크게 바뀐다. 한 명만 반대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정은 문장에 ‘아니다’를 붙이는 것보다, 무엇의 성립을 어디까지 거부하는지 정하는 일이다.

전체의 성립을 깨는 데 필요한 것은 하나

‘모든 회원이 찬성했다’가 참이려면 회원 가운데 반대하거나 찬성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야 한다. 이를 부정하는 ‘모두가 찬성한 것은 아니다’는 적어도 한 명이 찬성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머지는 전부 찬성했어도 된다. 반면 ‘아무 회원도 찬성하지 않았다’는 찬성자가 한 명도 없다는 더 강한 주장이다. 회원이 실제로 있는 상황에서 전원 찬성과 전원 비찬성은 둘 다 거짓일 수 있다. 일부는 찬성하고 일부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회원은 찬성했다’에서 어떤은 논리적으로 적어도 한 명을 뜻한다. 일상 대화에서는 ‘전부는 아니고 일부만’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그 추가 의미가 명시되지 않으면 모든 회원이 찬성한 경우도 포함한다. 이 문장을 부정하려면 찬성한 회원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해야 한다. 두 명의 반대자를 찾았다는 사실만으로 찬성자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반박할 수 없는 이유다. 논리의 일부와 일상어의 일부가 항상 같은 범위를 갖지는 않는다.

대상을 고르는 순서도 주장에 들어 있다

‘모든 학생에게 읽고 싶은 책이 한 권 이상 있다’와 ‘모든 학생이 읽고 싶어 하는 책이 한 권 이상 있다’를 비교해 보자. 앞에서는 학생마다 다른 책을 골라도 된다. 뒤에서는 먼저 같은 한 권을 잡고 모든 학생에게 해당하는지 묻는다. 같은 학생과 책이 등장해도 ‘각자에게 하나’와 ‘모두에게 공통인 하나’는 다르다. 공통 책이 있다면 각자의 책도 있지만, 각자의 책이 있다고 공통 책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양화의 순서를 바꾸면 증명해야 할 관계 자체가 강해질 수 있다.

부정하기 전에 문장의 범위를 고정한다

누구를 회원으로 세는지, 어느 회의의 어느 안건인지가 달라지면 같은 표현의 진리도 달라진다. ‘모든 학생이 한 권을 읽었다’처럼 각자 다른 한 권인지 같은 한 권인지 애매한 문장은 문맥으로 범위를 먼저 정해야 한다. 또한 고전 술어논리에서는 ‘모든 A는 B다’를 A인 대상이 반드시 있다는 주장으로 읽지 않는다. 빈 교실에 대해 ‘이 교실의 모든 지각생은 사유서를 냈다’고 해도 그 말만으로 지각생이 있었다고 결론 낼 수 없다. 일상 문장은 존재를 전제할 때가 많으므로 형식논리의 해석과 실제 발화의 전제를 구별해야 한다.

직접 만든 예

민수는 책 A만, 지연은 A와 다른 책 B만 읽고 싶어 한다. 두 사람 모두 읽고 싶은 책은 있지만, 둘 다 읽고 싶어 하는 같은 책은 없다.

‘각자에게 책이 있다’가 참이어도 ‘모두에게 공통인 책이 있다’는 거짓일 수 있다. 사람과 책의 이름을 고정해 보면 양화 순서가 만든 차이가 드러난다.

문장정확한 부정
모든 A는 B다B가 아닌 A가 적어도 하나 있다
B인 A가 적어도 하나 있다B인 A는 하나도 없다
A인 대상은 하나도 B가 아니다B인 A가 적어도 하나 있다

다시 읽을 때

부정의 세기보다 범위를 보고, ‘각자 하나’와 ‘공통의 하나’를 구별한다.

근거 자료: OpenStax, Statements and Quantifiers / Oscar Levin, Quantifiers and Predicate Logic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The Traditional Square of Oppo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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