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원가(허난설헌) / 인현왕후전(작자 미상) 원문 · 구조 분석
갈래복합 04 | 규원가 / 인현왕후전 수능특강 문학 > 적용 학습 > 갈래복합 04강 규원가(허난설헌) / 인현왕후전(작자 미상) 갈래복합 | 수능특강 p.261~271 지문읽기 구조분석 문제풀기 (가) 규원가 — 허난설헌 갈래: 규방가사 | 성격: 서정적, 한탄적 | 주제: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외로움과 한탄 부생모육(父生母育) 부생모육: 아버지가 낳고 어머니가 기른다는 뜻. 부모가 자녀를 낳고 길러 주심을 이르는 말. 신고(辛苦) 신고: 몹시 고생함. 힘들고 괴로움. 하여 이내 몸 길러 낼 제 공후배필(公候配匹) 공후배필: 지체 높은 사람의 배우자. 최상의 짝을 의미하는 표현. 못 바라도 군자호구(君子好逑) 군자호구: 군자의 좋은 짝. 훌륭한 남편을 뜻함. 『시경』에서 유래한 표현. 원(願)하더니 삼생(三生) 삼생: 전생(前生), 현생(現生), 내생(來生)을 통틀어 이르는 말. 세 번의 생을 아우름. 의 원업(怨業) 원업: 원망스러운 인연이나 업보. 전생의 악업이 현재의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뜻. 이오 월하(月下) 월하: 달빛 아래. 여기서는 '월하노인'을 뜻하며, 부부의 인연을 맺어 준다는 전설상의 노인. 의 연분(緣分)으로 장안유협(長安遊俠) 장안유협: 서울 거리에서 협객처럼 놀기 좋아하는 사람. 방탕하고 가벼운 남성을 가리키는 표현. 경박자(輕薄子) 경박자: 경박하고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 남편의 경솔함을 비유함. 를 꿈같이 만나 있어 당시(當時)의 용심(用心) 용심: 마음을 씀. 조심하여 처신함. 살얼음 디디듯 불안한 결혼 초기의 마음가짐을 나타냄. 하기 살얼음 디디는듯 삼오이팔(三五二八) 삼오이팔: 열다섯(三五=15)과 열여섯(二八=16). 꽃다운 청춘 시절을 뜻하는 관용적 표현. 겨우 지나 천연여질(天然麗質) 천연여질: 저절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용모.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절로 이니 이 얼굴 이 태도(態度)로 백년기약(百年期約)하였더니 연광(年光) 연광: 세월의 빛. 흘러가는 시간을 빛에 비유한 표현. 이 홀훌하고 조물(造物) 조물: 조물주. 세상 만물을 만들고 운행하는 초월적 존재. 이 다시(多猜) 다시: 시기심이 많음. 조물주마저 화자를 시기할 정도로 빨리 늙어 버렸다는 탄식의 표현. 하여 봄바람 가을 달이 베올에 북 지나듯 베올에 북 지나듯: 베틀의 북이 빠르게 왔다 갔다 하듯. 세월이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감을 비유한 표현. 설빈화안(雪鬢花顔) 설빈화안: 눈처럼 흰 살결과 꽃처럼 아름다운 얼굴. 젊고 아름다운 시절의 용모를 이르는 말. 어디 가고 면목가증(面目可憎) 면목가증: 얼굴 모습이 보기 싫도록 변해 버림. 늙고 초라해진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조적 표현. 되거고나 내 얼굴 내 보거니 어느 임이 날 될쏘냐 스스로 참괴(慙愧) 참괴: 부끄럽고 죄스러움.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느끼는 부끄러움. 하니 누구를 원망(怨望)하리 삼삼오오(三三五五) 야유원(冶遊園) 야유원: 기생들이 모여 노는 곳. 남편이 다니는 기생집이나 유흥 장소. 에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꽃 피고 날 저문 제 정처(定處) 없이 나가 있어 백마금편(白馬金鞭) 백마금편: 흰 말과 금으로 장식한 채찍. 사내의 호사스러운 기마 풍류를 나타내는 관용적 표현. 으로 어디어디 머무는고 원근(遠近) 모르거니 소식(消息)이야 더욱 알랴 인연(因緣)을 그쳤은들 생각이야 없을쏘냐 얼굴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말으려믄 열두 때 김도 길사 서른 날 지리(支離)하다 옥창(玉窓)에 심은 매화(梅花) 몇 번이나 피어 진고 겨울밤 차고 찬 제 자취눈 섞어 치니 여름날 길고 길 제 궂은비는 므슴 일고 삼춘화류(三春花柳) 삼춘화류: 봄날 화사하게 피는 꽃과 버드나무. 봄의 아름다운 경치를 이르는 말. 호시절(好時節)에 경물(景物)이 시름 없다 가을 달 방에 들고 실솔(蟋蟀) 실솔: 귀뚜라미. 가을밤에 우는 소리로 외로움과 슬픔을 심화하는 객관적 상관물. 이 상(床)에 울 제 긴 한숨 지는 눈물 속절없이 생각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청등(靑燈)을 돌려 놓고 녹기금(綠綺琴) 녹기금: 푸른빛이 도는 거문고. 중국 사마상여가 탔다는 명금(名琴). 화자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연주하는 도구. 빗겨 안아 접련화(接蓮花) 접련화: 가사의 곡조 이름. 연꽃이 이어지듯 이어지는 음악적 흐름을 뜻함. 한 곡조를 시름 조차 섞어 타니 소상야우(瀟湘夜雨) 소상야우: 소상강의 밤비 소리. 순임금이 죽자 두 왕비 아황과 여영이 슬피 울며 대나무에 눈물을 뿌렸다는 고사에서 유래. 이별의 슬픔을 강조하는 전고. 의 대 소리 섯도는 듯 화표천년(華表千年) 화표천년: 정영위가 신선의 도를 배워 학이 되어 천 년 만에 돌아와 무덤 앞 망주석(화표) 위에 앉았다는 설화. 오랜 이별과 기다림을 상징. 의 별학(別鶴)이 우니는듯 옥수(玉手) 옥수: 고운 손. 여인의 아름다운 손을 이르는 말. 의 타는 수단(手段) 옛 소리 있다마는 부용장(芙蓉帳) 부용장: 연꽃 무늬가 새겨진 장막. 화자가 혼자 지내는 방의 휘장. 고독하고 쓸쓸한 공간을 암시. 적막(寂莫)하니 뉘 귀에 들릴소니 간장(肝腸)이 구회(九回)하여 굽이굽이 끊쳤세라 차라리 잠을 들어 꿈에나 보려 하니 바람에 지는 잎과 풀 속에 우는 짐승 므슴 일 원수로서 잠조차 깨우는다 천상(天上)의 견우직녀(牽牛織女) 견우직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가 칠월 칠석에 오작교를 건너 만나는 두 별. 화자 자신과 대조적으로 일 년에 한 번이나마 만남이 허락된 존재. 은하수(銀河水) 막혔어도 칠월칠석(七月七夕) 일년일도(一年一度) 실기(失期) 실기: 약속한 기약을 어기거나 때를 놓침. 견우와 직녀는 일 년에 한 번도 빠짐없이 만남을 지킨다는 의미. 치 아니커든 우리 임 가신 후는 므슴 약수(弱水) 약수: 중국 서쪽에 있다는 전설 속의 강. 물이 약해 기러기 깃털도 띄울 수 없어 건너기 불가능한 강. 임과의 만남을 막는 장애물의 상징. 가렸관데 오거니 가거니 소식(消息)조차 그쳤는고 난간(欄干)에 빗겨 서서 임 가신 데 바라보니 초로(草露) 초로: 풀잎에 맺힌 이슬. 화자의 눈물을 연상시키는 이미지. 덧없이 사라지는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함. 는 맺혀 있고 모운(暮雲)이 지나갈 제 죽림(竹林) 푸른 곳에 새소리 더욱 섧다 세상의 설운 사람 수없다 하려니와 박명(薄命) 박명: 복이 없고 운이 기박한 팔자. 불행한 운명을 이르는 말. '홍안박명'이라 하여 아름다운 여인이 불행한 삶을 산다는 뜻으로 쓰임. 한 홍안(紅顔)이야 날 같은 이 또 있을까 아마도 이 임의 지위(之爲)로 살 둥 말 둥 하여라 (나) 인현왕후전 — 작자 미상 갈래: 한글 고전소설, 궁중소설 | 성격: 전기적, 교훈적 | 주제: 폐위와 복위를 중심으로 한 인현 왕후의 삶과 덕행 전체 줄거리 (수록 외 내용) 인현 왕후는 병조 판서를 지낸 민유중의 딸로, 인경 왕후 사후 숙종의 외조부 김 공의 천거로 왕후가 된다. 덕이 높고 효성이 깊었으나 후사가 없어 왕에게 후궁을 들일 것을 청하는데, 시녀 출신 장 씨가 희빈이 되어 왕자의 생모가 된다. 장 씨는 거짓과 모략으로 왕의 총애를 얻고 인현 왕후를 폐위시킨다. 폐위된 인현 왕후는 안국동에서 죄인처럼 조용히 지낸다. 몇 해 뒤 왕은 장 씨의 허물을 알게 되고 인현 왕후를 복위시킨다. 그러나 장 씨의 저주로 인해 인현 왕후는 복위 8년 만에 35세로 세상을 떠난다. 이후 숙종은 장 씨에게 사약을 내리고 제문을 지어 인현 왕후의 넋을 위로한다. 이럭저럭하는 동안에 가을이 되어 칠월을 당하여 본가에서 송이 송이: 송이버섯. 과거 대내에서 두 대비에게 올리던 음식으로, 인현 왕후가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됨. 를 들여오거늘, 후께서 보시고 척연히 안색을 변하시고 눈물을 흘리시니 궁녀가 꿇어 묻자오되, "낭랑이 웬만한 어려운 일을 당하셔도 태연하시더니 요즘 서러워하심은 어쩐 일이옵니까?" 후께서 눈물을 흘리며 말씀하시기를, "내 이리 죄를 얻어 백옥무하(白玉無瑕) 백옥무하: 흰 구슬에 흠이 없음. 아무런 결점이 없이 깨끗함을 이르는 말. 인현 왕후가 자신의 결백을 표현한 것. 하니 시운만 한탄할 뿐 무엇을 서러워하리요마는, 내 대내(大內) 대내: 임금이 거처하는 궁궐 안. 인현 왕후가 왕후로서 생활하던 곳. 에 있을 때 본가에서 기시어른들이신 인조의 계비 장렬 왕후와 현종 비 명성 왕후께 별하여 송이를 들여오면 수라에 쓰더니 오늘날 송이를 보니 마음이 저절로 아픈 듯하도다." 말씀하시며 따라 눈물을 흘리시니 좌우가 모두 흐느껴 울고 우러러뵈옵지 못하였다더라. 창호와 사벽을 바르지 않으시고, 넓은 동산과 집의 풀을 매게 아니하므로 사람 한 길만큼이나 자라 인적이 끊겼으니 귀신과 망령이 날고, 저물면 예사 사람과 같이 다니니 궁인이 움직이지 못하고 두려워하더니 하루는 난데없는 큰 개 한 마리가 들어오니 거동이 추한지라, 궁인들이 쫓아도 또 들어오니 후께서 이르기를, "그 개 출처 없이 들어와 쫓아도 가지 않으니 기이한지라. 내버려두어 그 하는 양을 보라." 하시매, 궁인들이 밥을 먹이며 두었더니 10여 일 뒤에 새끼를 세 마리 낳으니 매우 크고 모진지라. 이후는 날이 저물어 망령의 불과 도깨비의 자취가 있으면 네 마리의 개가 함께 짖어 쫓으므로 잡귀가 급히 물러가 종적을 감추니 그로 인하여 집안이 편안한지라. 대개 무지한 짐승도 도움이 있거늘, 하물며 폐출하신 뒤로 조정에서 기뻐하는 소인이 많으니 도리어 금수만도 못하리로다. 후가 천성이 단정하고 정중하여 요동하시는 바가 없으나, 매양 심한 풍우에 뇌성을 두려워하사 청사에 뜰에 계시다가도 빨리 방으로 들어가시나 날마다 적적함을 이기지 못하시어 오라버님 민정자의 딸이 여덟 살이라 데려다 가 두시고 『소학(小學)』과 『열녀전(烈女傳)』을 가르치시고 길쌈을 가르치시어 소일하시고, 신세 구차하고 황락하시되 일찍이 사람을 탓하고 귀신을 원망하는 바가 없이 천연자약(天然自若) 천연자약: 큰일을 당해서도 놀라지 아니하고 보통 때처럼 침착함. 인현 왕후의 덕성과 강인한 내면을 드러내는 표현. 하시니 좌우가 더욱 마음속으로 탄복해 마지않았다더라. 부원군의 삼년상을 마치시매 후께서 더욱 애처롭게 서러워하시어 옥체가 자주 편찮으시더라. 본가에서 색깔이 있는 옷을 들여오되 받지 아니하시고 이르기를, "죄인이 어찌 색깔 있는 옷을 입으리요. 무명으로 의복 금침을 만들도록 하라." 하시어, 무명 치마와 순백 저고리만 입으시고 보물과 진찬을 가까이 아니하시더라. 이때 상감께서 민후를 폐출하시고 희빈 장씨를 왕비로 책봉하여 곤위에 오르게 되어 궁중의 조하를 받게 하니, 궁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궁중이 이렇듯이 됨을 서러워하고 장 씨의 참혹한 처사를 분하게 생각하되 조정 안에 어진 사람이 없으니, 누가 감히 말을 하리오. 서술자의 편집자적 논평: 서술자가 직접 개입하여 당시 조정의 부패와 정의의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드러낸 구절. 그윽이 분한 마음을 품고 조하를 마치니, 희빈의 아비를 옥산 부원군으로 봉하고 빈의 오라비 장희재로 훈련대장을 제수하시니 백성들이 한심히 여기고 기강이 흩어져 팔도의 인심이 산란하여 별 소문이 다 도니, 대개 예로부터 성제명왕(聖帝明王)이라도 한 번은 침혹을 귀담아듣기가 쉬운 법이거니와, 숙종 대왕과 같이 문무를 겸하신 어진 임금도 장 씨에게 이토록 침혹하사 나라의 체면을 손상하심은 실로 의외라. 이듬해 경오년에 장 씨의 생자로 왕세자를 책봉하시니, 장 씨 양양자득(揚揚自得) 양양자득: 뜻을 이루어 매우 득의양양한 모습. 희빈 장씨가 기고만장해진 상황을 나타냄. 하여 방약무인(傍若無人) 방약무인: 곁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거리낌 없이 행동함. 타인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 하니, 이러므로 발악을 일삼아 비빈을 절제하며 궁녀를 엄형하여 포학한 말과 교만한 행실은 말로 다 할 수 없더라. 이렇듯 삼사 년이 지나가매 천운이 순환하여 즐거운 일이 지나면 슬픈 일이 닥쳐오고 고생이 끝나면 즐거움이 옴이라. 구름이 점점 걷힘에 태양이 다시 밝아 오니, 성총이 깨달으시어 민후의 억울하심을 알고 장 희빈의 요사스럽고 악독함을 깨치사 의심이 가득하시니, 대하시는 기색이 전과 다르시고 조정 소인들이 후의 삼촌 숙질을 다 처벌하시라고 날마다 아뢰기를 수년에 이르렀으나, 상감께서 마침내 허락하지 않으시니 일문을 존잡이 되니라. 장 씨 그윽이 임금의 뜻을 짐작하고 크게 두려워 오라비 희재와 더불어 꾀하여 갑술년에 죄 없는 사람을 무고하여 일으킨 옥사를 다시 일으켜 무수리를 죽이고 폐비에게 사약하려 하니 변이 크게 나매, 상감께 짐짓 그 하는 양을 보시고 궁중 기색을 살펴 망연히 간사한 사람의 흉모를 깨달으사, 즉일 옥사를 뒤집으시고 비위만 맞추는 신하들을 다 물리시고, 옛 신하들을 불러 쓰실새, 갑술년 삼월에 대전별감이 세 번이나 안동 본가 궁을 둘러보고 들어가더니, 4월 일에 비망기(備忘記) 비망기: 임금이 명령을 적어서 승지에게 전하던 문서. 왕명을 전달하는 공식 문서. 를 내리시어 폐하신 중궁의 무죄하심을 밝히시고, 별궁으로 모시라 하시며, 어찰(御札) 어찰: 임금이 직접 쓴 편지나 친필 문서. 숙종이 인현 왕후에게 직접 보낸 서신으로 복위의 의지를 담고 있음. 을 내리사 상궁 별감과 중사를 보내시니 후께서 사양하사 이르기를, "죄인이 어찌 외인을 접하며 감히 어찰을 받으리오." 하시고, 문을 열지 않으시매, 연 삼 일을 별감이 문밖에서 밤새고 문을 열기를 청하되, 마침내 요동치 않으시니 이대로 복명한대, 상감께서 어렵게 여기시고 또한 답답하시어 예조 당상으로 문 열기를 청하게 하나, 끝내 허락지 않으시니 예조와 승지가 국체 그렇지 않음을 아뢰나, 듣지 아니하시므로 상감께서 민부(閔府)에 엄지를 내리어, "이는 임금을 원망하는 일이라, 빨리 문을 열게 하라." 하시니, 민부에서 황송하여 서간을 올려 무수히 간하되, 끝내 열지 않으시므로 또 며칠 후에 이품 벼슬하는 신하를 보내시어 문 열기를 청하니 중신이 말씀을 아뢰되, 사체 그리 못하신 줄로 누누이 밝히고 개문을 청하니 후께서 궁녀를 시켜 전하여 이르기를, "죄인이 천은을 입어 인명이 살았은즉, 이 집이 죄인의 뼈를 감출 곳이라 어찌 국명을 받자오며 번화히 사람을 인접하리오. 사명이 여러 번 내리니 더욱 불안하여이다." 사관이 절하여 명을 받잡고 재삼 간청하여 민부에 두 번 엄지를 내리시니, 후의 큰 오라버님 되시는 판서 민 공이 황송하여 간절히 권하여 겨우 '바깥문만 열라' 하시어 4월 21일에야 비로소 대문을 여니, 초목이 무성하여 사람의 키와 같은지라. 왕명으로 일꾼을 시켜 풀을 베며 들어가니 풀 이끼가 섬돌 위에 가득하고, 먼지와 창호를 분별치 못할 듯하니 사관이 탄식하여 눈물을 흘리더라. 외당을 깨끗이 치우고 사관과 군사들이 들어앉으니, 쓸쓸하던 집이 번화한지라. 궁인들이 문틈으로 보고 일희일비하며 눈물을 흘리며 즐겨 하되, 후는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어 오히려 불안히 여기시더라. 바깥문이 열리매 민씨 일가에서 가마가 수없이 들어가고 바깥문이 열렸음을 아뢰니, 상궁 넷을 보내사 어찰을 내리오시니, 상궁이 왔음을 아뢴대 중문을 열지 아니하시니, 반나절을 밖에 있는지라. 그사이 별감이 길에 있었으니 연하여 어찰 보심을 청하는지라. 후의 오라버님 내인이 연하여 국체 불경하심을 누누이 간권하시고 체면을 불안히 여기시어 문을 열라 하시니, 상궁이 섬돌 아래에서 머리를 조아려 청죄하고 눈물을 흘리며 우러러뵈오매, 용모 복색이 초췌 무색한지라.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소리 남을 깨닫지 못하여 애통하게 우나, 후께서는 두 눈을 내리뜨시고 못 보시는 체하고, 어찰을 드리니 북향 사배하고 얼마 후 펴 보시니 만지에 가득한 사연이 다 전과를 뉘우치고 시운을 슬퍼하시며 대내로 드심을 청하신지라. 배경지식 ▼ (가) 규원가 해제 조선 시대 규방 가사 중 하나로, 집을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애절한 심정을 담고 있다. 기(起)에서 젊었던 시절을 회상하고 늙어 버린 현재를 한탄하고, 승(承)에서 돌아오지 않는 임을 원망하며 외로운 밤을 보내는 심정을, 전(轉)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며 외로움을 달래려 하지만 가시지 않음을, 결(結)에서 임을 기다리며 자신의 삶을 한탄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고사와 설화를 적극 활용하여 슬픔과 간절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가) 작가 정보 — 허난설헌(1563~1589) 본명은 허초희이며, 강릉에서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 지적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 자랐다. 14세에 김성립과 혼인한 뒤 시댁과의 갈등, 남편과의 불화, 두 자녀의 잇따른 죽음 등 불행이 겹치며 27세에 요절하였다. 동생 허균이 유작을 모아 『난설헌고』를 엮었으며, 작품들이 중국에까지 소개되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 인현왕후전 해제 조선 후기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전기체(傳記體) 소설로 궁중 비사를 다루고 있다. 역사적 사실(기사환국·갑술환국)을 바탕으로 인현 왕후의 덕행과 장 희빈의 악행을 대비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서인과 남인의 정치적 대립이 서사의 배경에 깔려 있으며, 권선징악과 복선화음의 주제 의식이 강하게 표출되어 교훈서로도 높이 평가받는다. 역사적 배경 — 기사환국과 갑술환국 기사환국(己巳換局, 1689): 숙종이 서인 세력을 견제하고 남인을 등용하면서 인현 왕후를 폐위하고 희빈 장씨를 왕비로 책봉한 사건. 갑술환국(甲戌換局, 1694): 숙종이 남인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인현 왕후를 복위시키고 희빈 장씨를 강등한 뒤 사약을 내린 사건. 두 환국 모두 왕권 강화와 당파 견제라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 ✎ 구조 분석 (가) 규원가 분석 주제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외로움과 한탄 구성 기(起): 젊은 시절 회상 — 늙고 초라해진 현재에 대한 자탄 승(承): 돌아오지 않는 임에 대한 원망, 외로운 밤을 보내는 심정 전(轉): 거문고 연주로 외로움을 달래려 하나 잠조차 이루지 못함 결(結): 임을 기다리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 살 둥 말 둥 한탄 핵심 소재 실솔: 가을밤 침상에서 울어 화자의 슬픔을 심화하는 객관적 상관물 녹기금: 화자가 외로움과 슬픔을 스스로 달래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 바람에 지는 잎·풀 속에 우는 짐승: 잠 속의 임과의 만남을 방해하는 장애물, 원망의 대상 견우직녀: 일 년에 한 번 만남이 허락된 존재 — 소식조차 없는 화자의 처지와 대조 옥창의 매화: 몇 번이나 피고 짐 — 기다림 속 시간의 흐름을 표현 표현 대조: 설빈화안(과거)↔면목가증(현재), 견우직녀↔화자 자신 비유: '봄바람 가을 달이 베올에 북 지나듯' — 세월의 빠름을 시각적·비유적으로 형상화 고사 활용: 소상야우(이별의 슬픔), 화표천년(오랜 기다림), 견우직녀(화자와의 대조) 설의법: '어느 임이 날 될쏘냐', '생각이야 없을쏘냐' 등으로 화자의 정서 강조 감정 이입: '새소리 더욱 섧다' — 화자의 슬픔이 자연물에 투영됨 (나) 인현왕후전 분석 주제 폐위와 복위를 중심으로 한 인현 왕후의 삶과 덕행; 권선징악과 유교적 가치의 강조 인물 구도 인현 왕후(선인): 현숙하고 유교 이념에 충실. 고난 속에서도 원망 없이 자약함. 희빈 장씨(악인): 권력을 휘두르며 횡포를 부림. 탐욕적·사악함. 숙종: 장씨의 유혹에 넘어가 폐위를 단행하나 뒤에 잘못을 뉘우치고 복위시킴. 서술 특징 편집자적 논평: '장 씨의 참혹한 처사를 분하게 생각하되 조정 안에 어진 사람이 없으니, 누가 감히 말을 하리오.' — 서술자가 직접 개입하여 당대 현실을 비판 전기체 서술: '~더라' 체를 사용하여 전해 들은 사실을 서술자가 기록하는 형식 유교적 교훈성: 덕성과 인내, 절제의 중요성을 인현 왕후의 행동으로 구현 주요 장면 송이 장면: 두 대비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림 — 효심의 표현 큰 개 일화: 짐승도 주인을 돕거늘 소인배는 금수만도 못하다는 비판적 의도 색깔 있는 옷 거부: 무명 치마·순백 저고리만 착용 — 자신에게 엄격한 근신의 의지 어찰 수령 거부: 억울함이 풀리는 상황에서도 기쁨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함 유지 (가)와 (나) 비교 (가) 규원가 (나) 인현왕후전 갈래 규방가사 한글 고전소설(궁중소설) 화자/주인공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 인현 왕후 핵심 갈등 임의 부재 — 기다림과 외로움 처첩 간 갈등 — 선인과 악인의 대립 주제 의식 여성의 한과 슬픔, 내면 고백 유교적 덕행 예찬, 권선징악 시대적 배경 조선 중기 규방(閨房) 숙종 대 궁중(기사·갑술환국) 표현 방식 고사·설화 활용, 감정 이입, 설의법 편집자적 논평, 전기체 서술, 선악 대비 공통점 조선 시대 여성 문학; 유교적 규범 아래 억압된 여성의 삶을 배경으로 함;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여성 주인공 「인현왕후전」과 「사씨남정기」 대응 관계 「인현왕후전」 「사씨남정기」(김만중) 숙종 유연수 인현 왕후 사 씨 희빈 장씨 교 씨 인현 왕후 폐위 사씨 추방 인현 왕후 복위 사씨 복권 공통 서사 구조: 처첩 간 갈등 → 악인의 모함 → 선인 쫓겨남 → 선인 복위(복권) → 악인 처벌. 권선징악·복선화음의 주제 공유. 문제풀기 맞힌 문제 0 / 20 1. [규원가] '실솔'은 가을밤의 계절감을 환기하며 화자의 외로운 정서를 심화하는 객관적 상관물이다. O X 2. [규원가] 화자는 젊고 아름다웠던 과거 시절과 늙고 초라해진 현재의 모습을 대조하여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다. O X 3. [인현왕후전] 인현 왕후는 폐위되어 안국동 본가로 내쳐진 후, 자신을 폐위한 임금과 세상을 크게 원망하며 억울함을 토로하였다. O X 4. [규원가] '녹기금'은 화자가 외로움과 슬픔을 스스로 달래기 위해 연주하는 도구이자 수단이다. O X 5. [인현왕후전]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인현 왕후와 장 희빈의 대립 구도를 설정하여, 도덕적 삶의 기준과 유교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O X 6. [인현왕후전] 인현 왕후는 임금의 어찰을 받고 억울함을 벗게 된 상황에서도 곧바로 기뻐하지 않고 침착하게 냉정함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O X 7. [규원가] '봄바람 가을 달이 베올에 북 지나듯'이라는 표현은 흘러가는 세월의 빠름을 시각적이고 비유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O X 8. [규원가] '새소리 더욱 섧다'에서 '새'는 화자와 대비되는 생명력 넘치는 자연물로, 화자의 긍정적이고 희망찬 내면을 부각하고 있다. O X 9. [인현왕후전] '장 씨의 참혹한 처사를 분하게 생각하되 조정 안에 어진 사람이 없으니, 누가 감히 말을 하리오.'라는 구절은 서술자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한 편집자적 논평에 해당한다. O X 10. [규원가] 화자는 차라리 잠이 들어 꿈속에서라도 임을 만나고자 하나, '바람에 지는 잎'과 '풀 속에 우는 짐승'의 소리로 인해 만남이 좌절되고 있다. O X 11. [인현왕후전] 인현 왕후가 송이를 보며 눈물을 흘린 이유는 과거 자신이 누렸던 화려한 궁중 생활과 권력에 대한 상실감과 미련 때문이다. O X 12. [규원가] '견우직녀' 설화를 활용하여, 은하수에 막혀 있어도 일 년에 한 번은 만나는 견우직녀와 달리 소식조차 알 수 없는 화자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대조하고 있다. O X 13. [인현왕후전] 큰 개가 낳은 새끼들이 도깨비와 잡귀를 물리친 일화는, 무지한 짐승조차 주인을 돕거늘 인현 왕후를 모함하는 소인배들은 금수만도 못하다는 비판적 의도를 담고 있다. O X 14. [작품비교] 과 김만중의 는 모두 처첩 간의 갈등을 다루며, 악인의 모함으로 선인이 쫓겨나지만 결국 선인이 복위(복권)된다는 서사 구조를 공유한다. O X 15. [규원가] '삼생의 원업이오 월하의 연분으로'라는 구절은 화자가 남편과의 이별을 숙명으로 수용하고 내적 갈등을 완전히 극복하였음을 보여준다. O X 16. [인현왕후전] 숙종은 인현 왕후를 폐출할 당시 왕후의 억울함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위세 높은 남인 세력의 거센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 씨를 왕비로 책봉하였다. O X 17. [규원가] 화자는 부모님이 자신을 몹시 고생하며 길러주신 것을 떠올리며, 지체 높은 사람과 맺어져 호사스러운 부귀영화를 누리기를 간절히 바랐음을 고백하고 있다. O X 18. [인현왕후전] 인현 왕후가 본가에서 보내온 색깔 있는 옷을 거부하고 무명 치마와 순백 저고리만 입은 것은, 임금의 처사에 대한 불만과 무언의 저항을 강하게 표출한 것이다. O X 19. [규원가] '삼춘화류 호시절에 경물이 시름 없다'는 구절은 아름다운 봄의 경치를 통해 화자의 깊은 외로움이 일시적으나마 위로받고 있음을 나타낸다. O X 20. [인현왕후전] 장 희빈이 최종적으로 숙종에게 사약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그녀의 오라비인 장희재가 팔도의 군사를 이끌고 반란을 도모하다 발각되었기 때문이다. O X ★ 연계 포인트 수능 출제 핵심 포인트 Point 1. 가부장제하 여성의 한과 시련 두 작품 모두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여성이 겪는 비극적 고난을 다룬다. 「규원가」는 남편의 방탕함으로 인한 늙은 아내의 독수공방과 한을, 「인현왕후전」은 축첩 제도로 인해 억울하게 모함받고 폐출된 왕비의 처절한 시련을 형상화했다. Point 2. 고난에 대응하는 인물의 태도 대비 「규원가」의 화자는 남편을 원망하면서도 이별을 전생의 업보와 연분 탓으로 돌리며 체념하는 운명론적 태도를 보인다. 반면 「인현왕후전」의 인현 왕후는 폐위의 시련 속에서도 남을 탓하거나 귀신을 원망하지 않고, 유교적 도리와 예법을 철저히 지키며 묵묵히 인내하는 내적 강인함을 보여준다. Point 3. 규방 가사와 궁중 문학의 갈래적 특징 비교 「규원가」는 남성 권위 중심 사회에서 제한된 삶을 살던 여성이 내밀한 이별의 한과 슬픔을 고백적 어조로 읊조리는 조선 시대 규방 가사의 진수를 보여준다. 반면 「인현왕후전」은 역사적 비사를 바탕으로 선악의 극명한 대립과 교훈성을 서사적으로 담아낸 궁중 문학(전기체 소설)이라는 점에서 갈래적 차이가 돋보인다. Point 4. 주제를 부각하는 매개체와 객관적 상관물 「규원가」는 '실솔(귀뚜라미)'이나 '녹기금'과 같은 사물을 객관적 상관물로 활용하여 화자의 처절한 외로움을 투영하고 심화시킨다. 「인현왕후전」은 결백과 근신을 상징하는 '무명 치마', 궁인들의 태도와 대비되는 '큰 개' 등의 서사적 장치를 통해 시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현 왕후의 덕성을 부각한다. 기출 매칭 📚 「사씨남정기」(김만중 / 고전 소설) 악인의 모해로 선인인 본처가 추방되지만 결국 복권된다는 처첩 갈등 서사 구조가 「인현왕후전」과 직접적으로 대응. 숙종이 인현 왕후 폐위의 부당성을 깨닫게 하려는 풍자적 목적을 지녀 여성의 고난 주제로 자주 출제 📚 「한중록」(혜경궁 홍씨 / 궁중 수필) 혜경궁 홍씨가 사도 세자와 가족의 비극을 생생하게 기록한 조선 후기 대표 궁중 문학. 남성 중심의 정치적 소용돌이 속 희생되고 고통받은 왕실 여성의 지독한 시련과 한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함 📚 「계축일기」(작자 미상 / 궁중 수필) 인목 대비 폐비 사건을 기점으로 궁중에서 일어난 비사를 나인의 관점에서 기록. 부당하게 유폐되어 억울한 고난을 겪는 왕실 여성의 비극적 삶을 다뤄 인현 왕후의 안국동 유폐 생활과 주제 의식이 통함 📚 「견우직녀 설화」(작자 미상 / 설화) 「규원가」 내에 화자의 처지를 드러내기 위해 인용된 설화.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만나는 견우직녀와 기약조차 끊긴 화자의 극심한 단절감을 비교하여 여성의 비참한 처지를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