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상계는 서로 받을 것과 갚을 것을 가진 두 사람이 같은 종류의 급부를 맞대어, 한쪽의 의사표시만으로 겹치는 금액만큼 두 채무를 없애는 제도다. 돈 100을 받을 사람도 상대방에게 돈 70을 지급해야 한다면, 상계로 70씩을 없애고 30만 남길 수 있다. 실제 돈을 서로 주고받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상대방의 지급불능 위험도 낮추지만, 아무 채권이나 상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채권·수동채권의 위치, 상계적상, 의사표시, 금지 사유를 차례로 보아야 한다.
2. 상세
2.1.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은 누가 주장하느냐로 정한다
A가 B에게 100을 받을 권리가 있고 동시에 B에게 70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자. A가 상계를 주장하면 A가 가진 100의 채권이 자동채권이고, B가 A에게 가진 70의 채권이 수동채권이다. 채권의 종류가 처음부터 자동·수동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계를 주장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이름이 정해진다.
따라서 사례에서는 먼저 화살표를 두 개 그린다. A → B에게 청구와 B → A에게 청구를 표시한 뒤, 상계를 말한 사람 쪽의 채권에 ‘자동’, 상대방 쪽의 채권에 ‘수동’을 붙인다. 이 위치를 뒤집으면 변제기와 상계 금지 판단도 함께 틀어진다.
2.2. 상계적상: 두 채권을 맞댈 수 있는 상태
민법 제492조의 기본 요건은 쌍방 채권이 서로 맞서고, 목적이 같은 종류이며, 이행기가 갖추어지고, 채무의 성질이 상계를 허용하는 것이다. 당사자가 상계를 배제하기로 한 의사표시나 법률상 금지 사유도 없어야 한다. 이런 요건을 갖춘 상태를 상계적상이라고 한다.
변제기는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을 똑같이 외우면 함정에 빠진다. 자동채권은 변제기가 도래해야 한다. 수동채권은 아직 갚을 때가 되지 않았어도 상계하려는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만기 유예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두 채권을 맞댈 수 있다. 판례도 양 채권의 변제기가 모두 온 경우뿐 아니라, 수동채권의 기한 이익을 포기할 수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본다.
2.3. 합의가 아니라 단독 의사표시다
상계는 상대방과 새 계약을 맺는 행위가 아니다. 상대방에게 상계 의사를 표시하면 되고, 상대방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다만 그 의사표시에 조건이나 기한을 붙일 수 없다. ‘다음 달에도 돈이 없으면 상계한다’처럼 불확실성을 남기는 표시는 민법 제493조의 방식에 맞지 않는다.
적법한 상계 의사표시가 이루어지면 두 채권은 상계적상이 된 때로 소급해 대등액에서 소멸한다. 큰 채권과 작은 채권이 맞서면 작은 채권 전부와 큰 채권의 같은 금액 부분이 없어지고 큰 채권의 잔액은 남는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도 완성 전에 이미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예외적으로 자동채권에 쓸 수 있다.
2.4. 피해자와 제3자를 위해 막는 상계가 있다
상계의 편의보다 실제 지급을 받을 이익을 우선하는 경우가 있다. 고의의 불법행위로 생긴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삼아 가해자가 자기 채권과 상계하거나, 압류가 금지된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삼는 상계는 제한된다. 지급금지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도 그 뒤 취득한 채권으로 압류채권자에게 상계를 주장할 수 없다.
핵심은 ‘불법행위채권이면 언제나 상계 금지’처럼 외우지 않는 것이다. 누가 상계를 주장하고 어떤 채권이 수동채권에 놓였는지, 불법행위가 고의인지, 채권 취득과 지급금지명령의 선후가 어떠한지를 조문 요건대로 확인한다. 강행규정과 임의규정에서 보듯 당사자의 편의가 법이 보호하려는 지급 이익과 제3자의 신뢰를 넘어설 수는 없다.
3. 수능에서는 이렇게 나온다
인물별 채권 화살표를 먼저 그리고 주장자 → 자동채권, 상대방 → 수동채권을 적는다. 그다음 서로 맞서는가 → 같은 종류인가 → 자동채권 변제기가 왔는가 → 수동채권의 기한 이익을 포기할 수 있는가 → 금지 사유가 있는가 → 의사표시를 했는가 순서로 판정한다.
선지는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을 바꾸거나, 상계에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거나, 상계 효과가 의사표시 시점부터만 생긴다고 바꾸어 놓기 쉽다. 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언제나 못 쓴다는 단정도 틀릴 수 있으므로, 시효 완성 전에 이미 상계적상이었는지를 본다.
4. 헷갈리기 쉬운 것들
| 흔한 오해 |
왜 어긋났나 |
바르게 이해하기 |
| 큰 채권이 자동채권이다 |
액수가 아니라 상계를 주장하는 사람이 가진 채권인지로 정한다 |
주장자를 먼저 표시하고 두 채권의 이름을 붙인다 |
| 두 채권의 변제기가 무조건 모두 와야 한다 |
수동채권은 기한 이익을 포기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
자동채권 변제기와 수동채권 기한 이익을 나눠 본다 |
| 상계는 상대방이 동의해야 한다 |
상계는 상대방 있는 단독 의사표시다 |
조건·기한 없이 상계 의사를 표시했는지 확인한다 |
| 상계는 의사표시한 날부터만 효력이 생긴다 |
법은 상계적상 시점으로 소급해 대등액 소멸을 인정한다 |
상계적상이 된 때와 의사표시한 때를 구별한다 |
| 불법행위채권은 방향과 무관하게 모두 상계 금지다 |
조문은 고의 불법행위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를 제한한다 |
고의 여부와 자동·수동 위치를 함께 확인한다 |
5. 관련 개념
- 채권과 채무 — 서로 맞서는 두 청구권과 급부 의무가 상계의 출발점이다.
- 채무불이행 — 약정한 급부를 하지 않은 것과 상계로 채무가 소멸한 것을 구별한다.
- 불법행위 — 고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 제한과 연결된다.
- 강행규정과 임의규정 — 당사자 편의보다 피해자·제3자 보호가 우선하는 법정 경계를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