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고 성적이 나오면, 많은 가정에서 같은 고민을 합니다.
"재수를 시킬까, 말까."
이 결정은 감정적으로 내리기 쉽습니다.
"이 정도 성적이면 재수해야지", "우리 애가 이것밖에 안 되나",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재수는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판단해야 하는 결정입니다.
저도 재수를 했고, 많은 재수생을 가르쳐왔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재수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따져봐야 할 3가지 기준을 말씀드리겠습니다.
6월 모의고사, 9월 모의고사 성적과 수능 성적을 비교해보세요.
이 세 시험의 점수 차이가 핵심입니다.
6모에서 국어 2등급, 9모에서 2등급이었는데 수능에서 4등급이 나왔다면?
이 학생은 실력은 있는데 수능 당일 변수에 당한 것입니다. 컨디션, 긴장, 시간 배분 실수 등. 이런 경우 재수를 하면 성적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6모 4등급, 9모 4등급, 수능 4등급이라면?
이 학생은 변수가 아니라 실력 자체가 4등급인 것입니다. 이 경우 재수를 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공부 방법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같은 결과가 반복됩니다.
성적이 일관되게 낮다면 재수보다 공부법 교정이 먼저입니다.
전체 과목이 골고루 부족한 것인지, 한 과목만 무너진 것인지를 봐야 합니다.
제가 상담했던 학생 중 이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국어는 노베이스에 가까웠지만, 수학은 3등급, 영어는 안정적이었습니다. 이 학생에게 재수는 국어 한 과목에 집중하면 되는 구조였습니다. 재수의 ROI(투자 대비 수익)가 매우 높은 케이스입니다.
반면, 국어 5등급, 수학 5등급, 영어 4등급이라면?
세 과목을 동시에 올려야 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 안에 이 세 과목을 모두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재수보다 현실적인 진학 전략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부족하다면 재수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부모가 시킨 재수와 본인이 원하는 재수는 완전히 다른 재수입니다.
재수는 정말 힘듭니다.
친구들은 대학에 가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데, 본인은 같은 책을 다시 펴야 합니다. 매일 아침 학원에 가서 같은 과목을 공부하고, 저녁에 자습실에 앉아서 또 같은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하는 재수는 더 고통스럽습니다.
"대충 해야지" 하면 마음이라도 편한데, 진심으로 매일을 불태우면서 "이번에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과 싸워야 합니다.
본인이 원하는 재수라면, 그 고통은 반드시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부모님이 "재수해"라고 말씀하시면, 자녀는 순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월의 의지와 9월의 의지는 다릅니다. 부모의 결정으로 시작한 재수는 여름 이후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드시 본인의 입으로 "하겠다"는 말이 나와야 합니다.
재수를 고민하고 계시다면, 오늘 자녀와 이 3가지 기준으로 냉정하게 대화해보세요.
1. 6모/9모와 수능의 점수 차이가 얼마나 나는가?
2. 어떤 과목이 무너졌고, 몇 과목을 올려야 하는가?
3. 재수를 원하는 사람이 부모인가, 자녀 본인인가?
이 세 가지에 대한 답이 명확하다면, 재수 여부는 자연스럽게 결정됩니다.
하지만 그 옷에 단추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첫 단추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인생 전체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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