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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2026년 4월 6일

국어 5등급이었던 강사가 전국 30등이 된 이야기

요약
일반고 출신, 강원도 원주. 국어 5등급, 수학 6등급. 인강도 학원도 과외도 한 번 안 한 완전 독학. 33세에 ADHD 진단. 그리고 수능 국어 만점.

안녕하세요, 김은광입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보통 강사들이 자기 소개를 할 때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다"거나 "명문고 출신"이라는 이력을 내세우곤 하는데요. 저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부 사실이 아니니까요.

강원도 원주, 일반고 출신

저는 대치동이 아니라 강원도 원주에서 자랐습니다.
특목고도 자사고도 아닌, 평범한 일반고를 다녔습니다. 주변에 학원이라고 해봐야 수학 보습학원 하나가 전부였고, 인강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고2 때 처음 알았습니다.

고2까지 국어 5등급, 수학 6등급이었습니다.
수학은 3년간 수포자였습니다. 포기라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예 몰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그냥 수업 시간에 앉아 있는 게 전부였습니다.

고3, 정시파이터로의 전직

고3이 되면서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왔습니다.
내신으로는 어디도 갈 수 없다는 걸 알았고, 남은 건 정시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시파이터로 전직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한 번에 되지 않았습니다.
재수를 결심했고, 스카이에듀에서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퇴했습니다. 맞지 않았습니다. 그때 도와준 건 친구였습니다. 친구의 소개로 다른 학원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서울 지하철 타는 법도 몰랐습니다.
교통카드를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환승은 어떻게 하는지. 시골 소년에게 서울은 그 자체로 시험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전화

재수 시절, 학사 옥상에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어머니가 하신 말씀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은광아, 어머니는 서울에서 원주까지 오는 내내 울었다."

어머니가 서울에 올라오셨다가 돌아가시는 길이었습니다.
아들이 서울에서 홀로 재수를 하고 있다는 것, 그 무게가 어머니에게는 버스 안에서 울음으로 나온 것입니다. 그날 이후 저는 "대충 하면 안 되겠다"가 아니라, "이건 나 혼자의 일이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6모/9모 전국 30등, 수능 국어 만점

그해 6월 모의고사와 9월 모의고사에서 전국 30등을 했습니다.
국어 5등급이었던 학생이, 1년 반 만에 전국 30등이 된 겁니다.

수능 당일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손에 땀이 너무 많이 나서 휴지를 쥐고 문제를 풀었습니다. 시험 중간에 당이 떨어져서 준비해간 초콜릿을 책상 위에 쏟아놓고, 하나씩 먹으면서 풀었습니다. 우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풀었습니다.

결과는 수능 국어 만점, 연세대 합격이었습니다.

33세, ADHD 진단

강사 생활을 하면서 늘 느꼈던 게 있었습니다.
집중이 잘 안 되고, 하나의 일을 오래 하지 못하고, 생각이 계속 튀는 느낌. 33세에 병원에서 정식으로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돌이켜보면 학창시절의 어려움 중 상당 부분이 여기서 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부족함이 저만의 독창적인 풀이법을 만들게 해준 것도 사실입니다. 남들처럼 집중해서 지문을 꼼꼼히 읽는 게 어려웠기 때문에, 구조를 잡고 필요한 것만 빠르게 찾아내는 방법을 스스로 개발해야 했습니다.

제가 믿는 것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을 저는 믿지 않습니다.
과학적 근거와 가설 아래, 더 나은 결과를 얻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의지만으로 성적이 오른다면, 노력하는 모든 학생이 1등급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노력의 방향이 틀리면 노력은 소모일 뿐입니다.

저는 인강도, 학원도, 과외도 한 번도 하지 않은 완전한 독학으로 수능 국어 만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다만 그 방법이 "열심히 하자"가 아닐 뿐입니다.

부모님께서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한 가지만 기억해주세요.
자녀가 지금 5등급이라고 해서 5등급의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5등급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의 등급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바꿀 것인가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제가 어떤 방법으로 국어를 공부했는지, 그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김은광 | 수능국어 전문 강사 | ekkore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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