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비문학이 너무 어려워요."
제가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학생도, 학부모님도 똑같이 말씀하십니다. 비문학(독서) 영역이 국어의 벽이라고요.
저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시간도 충분히 안 가져놓고, 막판에 비문학 들어왔으면서 어렵다고 욕하고?"
좀 직설적이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비문학이 어려운 게 아닙니다. 시간 배분이 잘못된 겁니다.
비문학 지문을 읽으면서 많은 학생들이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지문 내용을 외우려고 하는 것입니다. 경제 지문이 나오면 "이 개념을 기억해야 해" 하면서 머릿속에 넣으려 하고, 과학 지문이 나오면 "이 원리를 이해해야 해" 하면서 완벽한 이해를 추구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수능 비문학은 오픈북 시험입니다. 지문이 바로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외우려고 하시나요?
설명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암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보면 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비문학 독해법은 2단계입니다.
지문을 처음 읽을 때는 세부 내용에 매달리지 않습니다.
"이 지문이 무엇에 대한 글인가", "어떤 구조로 전개되는가"만 파악합니다. 1문단은 도입, 2문단은 원리 설명, 3문단은 사례, 4문단은 한계점. 이 정도의 뼈대만 잡으면 됩니다.
문제를 읽고, 선지가 요구하는 정보가 지문의 어디에 있는지 찾아갑니다.
1단계에서 구조를 잡아놨기 때문에 "이건 3문단에 나온 내용이다"라고 바로 위치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그때 해당 부분만 꼼꼼히 읽으면 됩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문제를 보고 지문에서 찾는 겁니다.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의 한계 때문입니다.
사람의 작업기억은 동시에 7개 전후(7±2)의 정보만 처리할 수 있습니다.
경제 지문에서 "화폐 승수", "본원통화", "지급준비율", "통화량", "예대마진" 같은 개념이 한꺼번에 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동시에 5개 이상의 낯선 개념을 처리해야 하니, 작업기억이 과부하에 걸립니다. 그래서 "어렵다"고 느끼는 겁니다.
실제로는 어려운 게 아니라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이해하려 했기 때문에 과부하가 온 것입니다. 구조만 먼저 잡고, 세부 내용은 문제가 물어볼 때 하나씩 확인하면 과부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문학과 화법·작문에 시간을 쓰고, 남은 시간에 비문학을 풉니다.
그러면 비문학에 20분도 채 남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문학 지문 3세트, 문제 15개를 20분 안에? 당연히 어렵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독서 영역에 32~35분을 배정하라고 말합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비문학에 써야 합니다. 비문학은 시간만 충분하면 풀 수 있는 영역입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어려운 것이지, 내용이 어려워서 못 푸는 게 아닙니다.
오늘 자녀에게 이 질문 하나만 해보세요.
"한 번 읽고 문제 풀어요"라고 답한다면, 그 학생은 외우려고 읽고 있는 겁니다.
"구조 잡고 나서 문제 보면서 다시 찾아봐요"라고 답한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비문학은 어려운 영역이 아닙니다.
시간을 충분히 주고, 읽는 방법만 바꾸면 되는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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