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할 때 학생에게 물어봅니다.
"이 선지가 왜 답이야?"
"음... 느낌이요."
맞았을 때도 "느낌이 맞았다"고 하고,
틀렸을 때도 "느낌이 달랐다"고 합니다.
이게 바로 "감국어"입니다.
그리고 이게 모의고사마다 등급이 들쭉날쭉한 진짜 이유입니다.
감으로 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숫자로 보겠습니다.
수능 국어는 45문제입니다.
독서에서 한 지문(3~4문제)의 감이 안 오면?
3등급입니다.
두 지문의 감이 안 오면?
5등급입니다.
감이 맞는 날은 2등급이 나오고,
감이 안 맞는 날은 4등급이 나옵니다.
이게 "성적 기복"의 정체예요.
학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 중 하나가
"우리 아이 성적이 들쭉날쭉해요"입니다.
그 원인의 십중팔구는 감으로 푸는 습관입니다.
왜 감으로 풀게 될까요?
대부분의 학생이 국어를 이렇게 풉니다.
지문을 읽는다 → "대충 이런 내용이구나" → 선지를 본다 → "이게 맞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지문으로 돌아가서 근거를 확인하는 단계가 빠져 있습니다.
"느낌"으로 선지를 고르니까,
출제자가 심어놓은 함정에 매번 당하는 거예요.
평가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미세하게 틀린" 선지를 만드는 전문가입니다.
감으로 그걸 구별하는 건 동전 던지기랑 다를 바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왜 틀렸어?"라고 물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엔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으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걸로는 절대 안 줄어듭니다.
군대를 생각해 보세요.
안전사고를 줄이려면 어떻게 합니까?
아침마다 "오늘도 무사고!"를 외칩니다. 그런다고 사고가 안 납니까?
나잖아요.
사고를 줄이는 건 구호가 아니라 절차입니다.
안전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매번 같은 순서로 확인하는 겁니다.
국어도 똑같습니다.
"집중하자"가 아니라, 선지를 판단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합니다.
선지를 의미 단위로 쪼개고, 각각을 지문의 근거와 1대1로 대조하는 거예요.
이 절차를 밟으면 "실수"가 구조적으로 줄어듭니다.
제가 인지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확신하게 된 게 하나 있습니다.
의지로 실수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
절차로 줄여야 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글자 순서를 바꿔놓아도 사람은 정상적으로 읽어버립니다.
뇌가 원래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에요.
제대로 된 문장도 꼬아서 읽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출제자는 이걸 이용합니다.
미세하게 다른 표현, 살짝 바꾼 조건, 은근히 추가된 전제 —
"감"으로는 절대 잡아낼 수 없는 함정들입니다.
수능 국어 역사상 학생이 이의신청을 해서 이긴 적은 단 한 번입니다.
20년 전, 백석의 시 「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문제에서
법원 판사까지 "이건 학생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판결한 유일한 케이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뒤집힌 적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평가원은 "족쇄"를 차고 문제를 만듭니다.
모든 선지의 정오(正誤) 근거가 반드시 지문 안에 있어야 합니다.
법적으로 이의제기가 들어왔을 때 방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게 학생에게 유리한 점입니다.
답은 반드시 지문에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지문에서 찾아내는 겁니다.
"이것도 되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 때 —
그건 감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지문에 근거가 있으면 "이게 맞다"고 확신이 들어야 정상이에요.
작년에 수업했던 학생 중에,
수학 고정 1등급인데 국어를 철저하게 감으로 풀던 친구가 있습니다.
체급은 좋았어요. 배경지식도 있고, 독해 속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선지에서 "이게 맞는 느낌"으로 골랐다는 거예요.
그래서 2등급 상위권을 왔다 갔다 하면서 1등급에 못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절차를 잡아줬습니다.
선지를 의미 단위로 쪼개기. 각 단위를 지문에서 근거 찾기. 의문사 금지.
수능에서 100점 맞았습니다. 전국 200명.
체급이 이미 있었으니까, 기술만 바꾸면 됐던 겁니다.
"감에서 절차로" — 이 전환 하나가 2등급과 만점을 갈랐습니다.
5등급에서 시작하는 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감국어를 하고 있으면 아무리 문제를 많이 풀어도 제자리예요.
하지만 절차를 익히면 한두 달 만에 3등급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체급(어휘, 배경지식)이 올라오면서 읽는 속도가 달라지고,
거기에 절차가 붙으면 등급이 안정화됩니다.
"이 답이 왜 맞는지 설명해줄 수 있어?"
"느낌이요"라고 한다면, 감국어를 하고 있는 겁니다.
"지문 3문단에 이렇게 나와 있어서요"라고 한다면, 논리국어를 하고 있는 겁니다.
감국어는 운입니다. 논리국어는 실력입니다.
운에 맡기면 등급은 시험마다 바뀌지만,
실력은 한번 올리면 떨어지지 않습니다.
전환은 가능합니다.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혼자서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감으로 풀어온 습관은 누군가가 옆에서 교정해줘야 해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상담 한 번 받아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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