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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수능완성 · 유형편

줄타기와 예술관의 대립

문학p.531–4번OX 20

이 자료는 허 노인과 운의 줄타기 수련을 통해 예술의 경지와 대중적 흥행의 요구가 충돌하는 장면을 다룬다. 허 노인은 줄 위에서 기교를 과시하기보다 무아의 경지에 이르는 줄타기를 중시하고, 단장은 관객의 환호를 끌어내는 재주를 요구한다.

공식 지문 원문

EBS 2027 수능완성 유형편 p.53

| 유형 연습 ② | [이미지 자료] | | --- | --- | | |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운은 허 노인을 무서워했다. 허 노인은 운을 때리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나면 언제나 뒷마당에서 회초리를 들고 운의 줄타기 연습만을 계속했다. 참다못한 운이 어느 날 아버지 허 노인에게 속마음을 텄다. - 아버지 저도 이젠 사람들 앞에서 줄을 탔으면 합니다. 그때 허 노인은 얼굴색이 조금 변했으나 온화하게 물었다. - 그래, ······그럼 줄을 탈 때 끝이 가까워 보이느냐? - 네,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럼, 가는 줄이 넓게 보이겠구나······. - 그 위에서 뛰어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허 노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 안 되겠다! 운은 까닭을 몰랐으나 더 대꾸하지 못했다. 열여덟 살이 되었다. 운은 허 노인에게 다시 같은 청을 드렸다. - 어떠냐, 줄이 넓어 보이느냐? - 줄이 보이질 않습니다. 운은 불안했으나 사실대로 말했다. - 그래, 줄을 타고 있을 때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단 말이냐? - 예. 귀도 들리지 않고. - 예. 그것도 사실대로 대답했다. - 흠, 아직도 객기가 있어······ 허 노인은 턱으로 줄을 가리켰다. 운은 또 아무 대꾸도 못 하고 줄로 올라갔다. 사실 운은 자신이 허 노인과 같이 줄을 잘 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허 노인이 줄을 타는 모습은 정말 아름 다웠다. 천장 포장을 걷어 젖히고, 넓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허 노인은 흰옷에 조명을 받으며 줄을 건 너는 것이었는데, 발을 움직이는 것 같지도 않게 그냥 흘러가듯 조용히 줄을 건너가는 노인의 모습은 유령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냥 땅 위에서 하품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상한 것은 그렇게 줄을 타는 노인이었지만 줄에서 내려오면 그의 온몸이 언제나 땀에 흠뻑 젖어 있곤 한 것이었다. 그 리고 단장은 그런 허 노인의 줄타기를 몹시도 싫어했다. - 구경꾼 놈들의 간덩이를 덜컹덜컹 내려앉게 해 주란 말야. 재주를 좀 부려, 재주를. 단장은 허 노인을 매번 나무랐다. 허 노인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대꾸도 못 하고 땀만 뻘뻘 흘리 다간 단장 앞을 힘없이 물러나오곤 했다. 그러나 그다음 날도 허 노인은 여전히 전처럼 줄을 탔다. 운 은 누가 뭐래도 허 노인이 그렇게 줄을 타는 것이 좋았고, 자신도 그렇게 줄을 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러니까 운이 허 노인에게 두 번째로 소망을 말하고 나서 1년쯤 지났을 때였 다. 줄 위에서 그렇게 유연하던 노인의 발길이 변을 한 번 일으켰다. Ⓐ딱 한 번, 발길이 가볍게 허공을 차는 듯한 동작을 하더니 줄이 잠시 상하 반동을 했다. 허 노인은 가만히 몸을 지탱하고 있다가 곧 다시 줄을 건너갔다. 누구도 그것을 실수로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객석에 눈을 두고 있던 단장은 거 기서 일어나는 무의식적인 함성에 놀라 하늘을 쳐다보았으나 줄이 상하로 조금씩 움직이는 것밖에 무 |

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알 수 없었을 정도였다.

"허 노인이 줄을 잘 탔다고 하는 것은 운의 생각입니까, 혹은 노인의 생각입니까?" 나는 트럼펫의 사내가 숨을 좀 돌리게 하기 위하여 이야기로 뛰어들었다. 사내는 한마디 말을 하기 위해서 거의 한 번씩 숨을 들이쉬었다.

"그건 물론 운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럼 이상하지 않습니까, 노인께서 운의 생각을 말씀하신다는 것은?" "그렇지요. 하지만 이렇게 누워서 많이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운은 나와 나이가 가장 가까웠으니까 내가 그의 심중을 비교적 많이 이해하는 편이었고, 그도 내게만은 조금씩 얘기를 할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 나는 그때 벌써 나팔쟁이가 다 되었으니까 웬만큼 나팔을 불어 주고 남은 시간은 대개 그 부자가 지내는 뒷마당에서 보냈었구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허 노인이 한 번 발을 헛디뎠던 다음 날이었지요. 마침 그날도 나는 거기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허 노인이 아들의 줄타기를 보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어요. 나는 줄 위에 있는 운이 아니라 무섭도록 줄을 쏘아 보고 있는 노인의 눈과 땀이 송송 솟고 있는 이마를 보고 있었지요. 그런데 노인이 갑자기 '이놈아!' 하고 벽력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줄 밑으로 내닫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때야 나는 줄 위를 쳐다보았지요. 그런데 운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한 채 그냥 줄을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 이놈······ 너는 이 애비의 말도 듣지 않느냐?

운이 줄을 내려왔을 때 노인이 호령했으나, 그는 역시 어리둥절해 있기만 했어요. 내가 놀란 것은 그때 허 노인이 빙그레 웃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자는 그길로 곧 함께 주막 술집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사내의 이야기는 다시 계속되었다. 그날 주막에서 허 노인은 운에게 술잔을 따라 주고, 그날 밤으로 운을 줄로 오르라고 했다.

- 줄 끝이 멀리 보여서는 더욱 안 되지만, 가깝고 넓어 보여서도 안 되는 법이다. 그 줄이라는 것이 눈에서 아주 사라져 버리고, 줄에만 올라서면 거기만의 자유로운 세상이 있어야 하는 게야. 제일 위험한 것은 눈과 귀가 열리는 것이다. 줄에서는 눈이 없어야 하고 귀가 열리지 않아야 하고 생각이 땅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는 소리다.

노인은 조용조용 당부했다. 그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노인의 일생을 몇 개로 잘라서 압축해 놓은 듯한 무게와 힘과, 그리고 알 수 없는 깊이를 지니고 있었다. 자기의 전 생애를 운에게 떠넘겨 주려는 듯한 안간힘이 거기 있는 것 같았다. 운은 비로소 허 노인이 끝끝내 줄타기 자세를 바꾸지 못하는 내력을 알 것 같았다.

- 아버지, 이젠 줄을 그만두시고 좀 쉬십시오. 운이 말했으나 노인은 조용히 머리를 가로저었다. - 줄에서 내 발바닥의 기력이 다했다고 다른 곳을 밟고 살겠느냐? 같이 타자.

그날 밤, 줄에는 두 사람이 함께 올라섰다. 운이 앞을 서고 허 노인이 뒤를 따랐다. 운이 줄을 다 건녔을 때는 객석이 뒤숭숭하니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뒤를 따르던 허 노인이 줄에서 떨어져 이미 운명을 하고 만 뒤였다.

거기까지 듣고 나니, 나는 사내에게 더 이야기를 시켜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허 노인이 운에게 마지막 당부를 할 때 그랬을 법한 컴컴하고 무거운 것이 사내에게서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 이청준, 「줄」

읽기 전 관점

  • 운은 사람들 앞에서 줄을 타고 싶어 하지만 허 노인은 줄의 보임과 감각을 기준으로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 허 노인의 줄타기는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몸이 땀에 젖을 만큼 집중과 수련이 담긴다.
  • 단장은 구경꾼의 반응을 중시하며 허 노인의 줄타기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 운이 줄 위에서 소리도 듣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는 장면은 예술적 몰입의 경지와 관련된다.

핵심 흐름

  1. 수련 관계예술 전승의 구조 제시

    허 노인이 운에게 줄타기를 엄격하게 훈련시킴

  2. 줄의 감각기량보다 경지 판단

    줄이 넓게 보이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 상태를 묻는다

  3. 허 노인의 줄타기내면적 예술 경지 형상화

    흘러가듯 조용하지만 땀에 젖는 몰입

  4. 단장의 요구흥행 중심 예술관 제시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재주를 요구

  5. 운의 변화전승의 가능성 확인

    줄 위에서 아버지의 소리도 듣지 못할 만큼 몰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