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수능완성 · 실전5회
베냐민과 볼츠의 매체 미학
이 지문은 복제 기술과 디지털 혁명 이후 예술을 바라보는 기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설명한다. 베냐민은 사진과 영화가 원본의 오라를 흔들었다고 보았고, 볼츠는 매체가 예술의 형식과 내용을 규정하므로 미학이 매체와 감성적 지각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본다.
공식 지문 원문
EBS 2027 수능완성 실전5회 p.240[04~0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산업 혁명 이후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예술 영역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이미지가 무한정 복제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발터 베냐민이 지적했듯이 예술 작품에 대한 복제는 어느 시대나 늘 존재했지만, 원본만이 가지고 있는 고고한 분위기, 즉 '오라(aura)'가 있기 때문에 복제품은 복제품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영화와 사진이라는 무한정 복제될 수 있는 예술 형식이 생겨나면서 원본과 복제품의 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원본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으며 원본을 감상할 기회보다 복제품을 통해 예술을 접할 기회가 훨씬 더 많아지면서, 베냐민은 영화와 사진이 가져온 변화의 시간을 예술의 운명적 시간이자 오라의 몰락이라고 정의했다. 디지털 혁명으로 원본이 더욱더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독일의 철학자 노르베르트 볼츠는 매체 자체가 예술의 형식과 내용을 규정한다는 '매체 미학'을 전개했다.
볼츠는 현대 사회가 매체 의존적 사회라고 정의하고 매체 의존성을 현실의 지각 측면에서 접근한다. 그는 직접적인 세계 지각 대신 매개된 지각이 전면적으로 등장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우리 생활을 보면 동영상 채널을 통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확인하고, 주변 풍경을 보면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길 찾기를 통해 자신의 위치와 목적지를 확인한다. 이러한 매체 의존적 사회에서 지배적인 매체도 변화했다. 이전에는 문자 매체가 지배적이었다면 이제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시각 매체, 더 나아가 복합 매체가 중심 매체로 등장했다. 볼츠는 이에 대해 구텐베르크 은하계, 즉 문자 문화는 몰락하고 시각 중심의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평했다. 이것은 문자의 역할 자체가 없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문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특권 계급의 고급 문화가 몰락하고, 누구나 접근하고 향유할 수 있는 매체 중심으로 문화가 변화했음을 나타낸다.
볼츠는 현대인들이 매체 의존적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미학이 현실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매체를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전까지는 예술에 대해 존재, 진리, 정신, 아름다움을 핵심으로 두고 작품을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변화된 매체 환경에서는 작품이 어떤 매체를 이용해서 전달되고, 수용자에게 어떻게 지각되고 체험되는가가 중심 문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학은 해석과 관조를 기반으로 한 예술 이해나 미적 체험이 아니라 감성적 지각을 중심으로 한 감성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영상을 만들고, 이미지를 편집하여 공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전통적인 아름다움이나 진리라는 개념, 작가의 비판적 의도 등은 예술에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감성학으로서의 매체 미학은 예술 작품이나 아름다움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작품과 수용자 간의 관계에 주목한
다. 그에 따라 '예술이란 무엇이며,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라는 문제 설정이 불필요하며, 그런 질문을 필요로 했던 근대적 의미의 예술은 종말을 맞이했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현재의 매체 환경과 예술의 연관성에서 중요한 것은 미디어 환경 디자인이라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오랜 기간의 훈련을 통해서 가능했던 예술 창작이 이제는 컴퓨터의 도움으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예술가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미디어를 이용하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볼츠는 디지털 시대의 예술은 고정된 물질로서의 작품이 아니라, 입력에 따라 변화하고 상호 작용하는 알고리즘적 형식이며, 관조가 아닌 참여를 요구한다고 보았다.
볼츠의 관점에서 볼 때 매체 환경은 단지 예술이 표현되는 외형적 조건이 아니라, 예술 자체의 정의와 존재 방식을 변화시키는 구조이다. 이전 시기의 예술이 문명에 대한 비판과 같은 내용이나 오라를 가진 형식을 통해 독자성을 강화했다면, 디지털 시대의 예술은 오히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감각의 질서를 창출한다. 볼츠는 이 변화 속에서 예술의 본질이 소멸했다고 보지 않고 오히려 매체의 변화에 따라 혁신해 간다고 본다.
읽기 전 관점
- 베냐민은 원본만의 고고한 분위기인 오라가 복제 기술로 약화된다고 보았다.
- 볼츠는 현대 사회를 매체 의존적 사회로 파악한다.
- 문자 중심 문화의 특권성이 약화되고 시각·복합 매체 중심 문화가 등장한다.
- 매체 미학은 작품 자체보다 작품과 수용자의 관계와 체험에 주목한다.
핵심 흐름
- 복제 기술오라 논의의 배경
영화와 사진으로 원본과 복제품의 관계가 변화함
- 오라의 몰락베냐민의 문제의식
원본만의 고고한 분위기가 무한 복제로 흔들림
- 매체 의존 사회볼츠의 현실 진단
직접 지각보다 매개된 지각이 전면화됨
- 문화 변화지배 매체의 변화
문자 중심 고급 문화에서 시각·복합 매체 중심 문화로 이동
- 감성학미학의 재정의
해석과 관조보다 감성적 지각과 체험을 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