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7 수능완성 · 실전4회

영수 부부의 궁핍과 해방 후 현실 인식

문학p.22118–21번OX 20

이 자료는 해방 후 혼란 속에서 미국 유학 경력을 현실적 이익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남편과, 가족의 생계와 주거 문제를 걱정하는 아내의 불만을 보여 준다. 영수의 꼬장꼬장한 태도와 아내의 현실적 계산은 지식인의 이상과 생활의 압박이 충돌하는 장면을 만든다.

공식 지문 원문

EBS 2027 수능완성 실전4회 p.221

[18~2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아내는 남편이 술 먹는 이외에는 별로 불만 있는 것은 아니나 다만 세상 물정에 등한하고 주변이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판에 미국 유학한 덕, 영어 잘하는 덕을 남보다 더 보아야 할 터인데, 겨우 대학에 시간 강사로 몇 시간 맡은 것밖에는 밤낮 죽치고 들어앉아서 세상 한탄이나 하고, 누구는 어떠니 싫고, 누구는 아무기로서니 그럴 줄은 몰랐다고 욕설이나 하는 것이, 인제는 귀에 못이 박히다시피 되어 싫었다. 누구보다 먼저 덕을 보아야 하겠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전쟁 통에 아무 까닭 없이 미국 출신이란 트집으로 두 번이나 유치장 신세를 지고, 한 번은 미결감, 한 번은 감시소라든가 하는 데에 갇혀 있다가 해방 직전에 풀려나와서는 울화에 떠서 술로 세월을 보내면서, 마침 소개(疏開)한다는 바람에 몇 칸 안 되는 집이나마 팔아 가지고 외가의 연줄을 더듬어 강원도 철원으로 갔던 것이, 결국은 오늘날 파산의 장본이 된 것이다. 설마 삼팔선의 토치카가 서고 철원에서 엎드러지면 코 닿을 서울이 여행권조차 얻을 수 없는 천리만리 외국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하였지마는, 세 식구가 빈 몸뚱이로 간신히 서울에를 기어 들어섰더라도 남과 같이 주변성 있게 서둘렀으면 아무려니 집 한 채 못 얻어걸릴 것이 아니었다고 부인은 분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이 어떻게 들어서 그런지, 난 벼슬하려 공부한 것이 아니라, 내가 통역하려 영어를 배웠던가 싶으냐 하며 꼬장꼬장한 소리만 하고 앉았으니, 전쟁 통에 그 고생을 하고 파산까지 하고서 이 지경으로 겨울은 닥쳐오는데 거리에 나앉게 된 것이 무엇 때문이었던가를 생각하면, 이 판에 무슨 큰 수는 못 나도 그 보충은 될 만큼 약게 놀아야 살아가지 않는가 하는 불평이 나날이 쌓여 가는 것이다.

[A]

"그래 벼슬을 하고 통역을 하는 것은 건국에 이바지하는 도리가 아니오?" 이렇게 권고를 해도, "글쎄, 난 싫다는데 어쩌라는 거요?" 하고 눈을 곤두세우며 역정을 내는 것이었다. "그럼 처자식은 거리로 나앉으라는 거요?" 하고 애원을 하면, "흥, 그야 제 팔자대로 살겠지!"

하고 코대답이다. 스물한 살 먹은 맏아들 놈을 병으로 내놓고 나서 소개를 한 뒤, 해방이 된 지도 일 년이 넘도록 종무소식인 것을 부부간에라도 아무쪼록 입 밖에 내지 않고 지내자니 더욱이 속이 썩어서 술만 마시려 들고 세상일이 귀찮아하는 듯싶다는 동정도 가나 "제 팔자대로 살겠지!" 하는 그 말은 이런 데서 우러나오는 간국같이 쓰고 짠 소리일 것이다.

"그러니까 아까 그 색시가, 이 채에 들려고 몸이 달아 그러는 게로군? 그래 그 색시가 쥔마누라의 둘째 딸이란 말야?"

영수는 잠자코 술만 마시다가 한마디한다. 주인마누라 말이, 자기 둘째 딸이 집에 몰려서 이 뒤채로 들어오니까 어서 내주어야 하겠다는 말을 늘 들었기에 하는 말이다.

"글쎄요. 난 그 흑구자가 안집 색시의 시뉘구 둘째 딸이란 것은 따루 있는 줄 알았더니······ 이 채에 와서 들 둘째 딸이란 것이 그것이라면 큰딸과는 애비가 다른 것인지!"

영수 댁은 이런 소리를 한다. 이 집은 원체 일본 사람의 여관이거나 마찌아이[待合] 같은 것을 경영하던 집인 듯싶은 크낙한 집인데, 미군이 쓴다고 해서 부랴부랴 내놓게 한 것인데, 급기야에 와서 드는 사람을 보니 기생퇴물 같은 똑딴 양장미인과 그 모친이란 오십쯤 된 중년 부인하고 금옥이라는 열댓 살 된 계집애 년의 세 식구뿐이요, 안라는 주인의 동생이란 말을 무슨 말끝에 들은 법한데 하여간 여기 와서 자지는 않는다.

"아, 파닥지를 보면 모르나! 아무러면 그 귀신 같은 것이 양장미인의 동생일 리는 없으니, 남편의 누인지, 시눈지! 검둥이의 첩인지? 허허허.

영수도 안채의 양장미인을 힐끗 원공으로 한번 보고, 허어, 상당한 미인이라고 감탄도 하였지마는 주인이 어떤 작자인지 보지는 못하였어도 어느 놈의 소실이거니 하는 짐작은 든 것이다.

"그건 어쨌든 말눈치를 들으면 아마 미군들의 놀이터로 양요릿집이거나 호텔 같은 것을 만들겠다구 청을 해서 이 집을 맡아 냈나 봅니다.

[중략 부분 줄거리] 영수 아내는 양장미인이 영어 편지를 들고 오자 번역을 거절하는 남편 대신에 딸 보배에게 번역을 시킨다. 그 과정에 서 양장미인이 조만간 가게를 열어 영업을 시작할 것임을 알게 된다. 양장미인은 보배를 찾아와 영어가 쓰인 과자갑을 선물로 준다.

"그것도 영어 덕이라우. 우리는 영어 덕두 고작해야 그런 것밖에 더 걸린답디까!"

하며 또 영어 덕을 쳐들며 코웃음을 친다.

"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영감은 눈살이 찌푸려졌다. "쟤가 또 편지를 번역해 주었다우. 쥔 딸이 제게 온 영어 편지를 가지고 나와서 읽어 달래서 번역을 해 주었더니 그 인사루 지금 손수 가지구 나왔구먼······ "흠...... 무슨 편진데?" 영감의 낯빛은 좀 더 흐려졌다. "정말 무슨 구락분지 요릿집인지 꾸미나 보군요. 조금 전에 서양 사람한테서, 훌륭한 양가구(洋家具)를 한 토라크 실어 오구 그걸 받으라는 편진데, 어떤 놈팽인지 내일은 제집으루 와 달라는 그런 편진가 보던데 ······ "흠······.

세 번째 '흠'에는 영감의 입귀가 뒤틀리며 눈에 모가 났다. 마나님은 좀 점직한 생각이 들어서 영감을 달래듯이,

"저두 그런 편지를 읽어 달래 놓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든지, 입을 막느라고 그런지, 이때껏 얼씬두 안 하던 이쁜 아씨가 손수 그걸 들고나와서 살살대며 보배더러 놀러 들어오라 하구 친하자는 눈치군요.

하며 마나님도 그러는 동안에는 집 내놓으란 성화가 식어질까 하는 생각에 웃음이 떠오른다.

[B]

"그까짓 것들하구 친해서는 무얼 해······ 영수는 침이나 탁 뱉듯이 한마디 내던진다.

"...... 그 애하구 상종을 왜 하게 하드란 말요. 자라는 계집애 년에게 그따위 편지를 읽어 주라는 마누라가 딱하지!" 영수는 역정을 와락 낸다. "그럼 어쩌우? 모르면 하는 수 없지만 뻔히 아는 것을 모른다나. 이런 처지가 아니라두 그만 부탁을 안 들어줄 수 없는데, 어떻게 차차 그렇게 해서 매일 같은 그 성화나 면하게 되면 좋지 않은가······. 마나님은 무심코 한숨이 나온다. "이런 처지란 어떤 처지란 말요? 딸자식을 시켜 그따위 연놈의 그런 더러운 편지 쪽이나 번역을 시켜 가며 사탕 알갱이나 얻어먹고 앉았어야 할 처지란 말야?"

주기가 있는 벌건 얼굴이 퍼레지니까 흙빛같이 되며 눈을 까뒤집고 대든다.

"그건 누구 탓이오? 입찬소리 그만하구 그런 처지가 안 되게 만들어 놓구려.

마나님도 맞서며 벌떡 일어나서 댓돌 위에 피해 섰다. "무어 어째? 이게 무언지나 알구 이야기요? ······ 이게 어떻게 생긴 것인지나 알구서 말을 해요!" 영수가 과자갑을 들어 내어 밀며 당조짐을 한다. ····· 그래 이걸 딸자식에게 먹여야 옳단 말야? 보배 입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앉았으란 말야?"

하는 소리와 함께 획 하더니 과자갑이 땅에 털썩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 염상섭, 「양과자갑」

*소개: 공습이나 화재 따위에 대비하여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주민이나 시설물을 분산함. * 토치카: 콘크리트, 흙주머니 따위로 단단하게 쌓은 사격 진지. *쥔: '주인'의 준말. * 흑구자: 흑귀자. 살결이 몹시 검은 사람. * 마찌아이: 대합실. * 점직한: 부끄럽고 미안한 느낌이 있는. * 당조짐: 정신을 차리도록 단단히 단속하고 조임.

-

읽기 전 관점

  • 아내는 남편이 영어와 미국 유학 경력을 현실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가진다.
  • 영수는 벼슬이나 통역을 거부하며 자기 원칙을 내세운다.
  • 전쟁과 해방, 삼팔선 상황은 가족의 파산과 주거 불안을 심화시킨다.
  • 집주인 가족과 방 문제는 해방 후 도시 생활의 불안정성을 보여 준다.

핵심 흐름

  1. 아내의 불만생활 현실의 압박 제시

    남편의 무능과 세상 물정 모름을 탓함

  2. 영수의 태도지식인의 이상과 고집 형상화

    벼슬과 통역을 거부하고 원칙을 내세움

  3. 과거 사연현재 궁핍의 배경

    미국 출신이라는 트집, 수감, 소개, 파산

  4. 주거 문제도시 생활의 불안 노출

    집을 내주어야 하는 상황과 새 입주자 이야기

  5. 부부의 대화가족 내부 갈등 심화

    아내의 권고와 남편의 냉소적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