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수능완성 · 실전3회
이재신의 밀주 사건과 양식장 투자 실패의 생계 갈등
이 자료는 해방 후 궁핍한 생활 속에서 밀주 사건을 겪는 (가)와, 양식장 투자 실패 뒤 브로커의 압박을 받는 (나)를 함께 읽는 세트이다. 두 제시문 모두 생계의 막막함이 인물의 책임 회피, 계산, 윤리적 흔들림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보여 준다.
공식 지문 원문
EBS 2027 수능완성 실전3회 p.197[22~2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앞부분 줄거리] 이재신은 해방 후 집을 장만해 세를 놓지만, 실제로는 배급 탈 돈조차 없이 가난하다. 그러던 중 아내 양춘자가 이웃인 여 반장과 함께 밀주를 만들어 팔고자 하고, 이재신도 이를 돕는다.
야간 순시 중의 순경이 총을 메고 서 있었다. "댁에선 도대체 뭘 하시는 거요?" "허긴 뭘 합니까아?" "뭘 합니까아라? 난 코두 아무것두 없는 줄 아시우? 하여튼 부인과는 얘기할 수 없으니 주인 좀 봅시다. 이때 이재신이 안방 문을 열고 마루에 나타났다. "아 이거 박 선생이 아니시우?" 이재신이 먼저 말을 걸었다. "아 - 이 선생이십니까?" "글쎄 아까부터 목소리가 어쩐지 박 선생 같다구 생각은 하면서두······ 어서 이리루 올라오시우. "아-니 좀 바빠서, 그런데 이 선생 이거 안 되겠는걸요. 선생께서 이런 일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 박 선생께서도 아시다시피 저야 날마다 되지두 않는 일을 가지구 동분서주하지 않소? 첫새벽에 나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오니 집안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지낸답니다. 오늘에야 알구 보니 이 판국이구려.
침착하기 이를 데 없고 말도 조리가 있었다. 자기는 전연 모르는 사이에 집안에서 철없는 계집들이 자기마저 감쪽같이 속이고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니 친한 사이라 널리 양해하여 주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엄히 단속하겠노라고 단언하고 나서 한잔 같이 나누자고 박 순경의 손목을 잡았다.
순경은 듣기만 하다가 빈정댔다.
"집안에서 생긴 일을 주인 되시는 이가 몰랐다? 이거 고금에 드문 일이 벌어졌군. 하여튼 밤도 깊었으니, 내일 파출소에 좀 와 주실까요?" 순경은 발을 돌렸다.
파랑 대문까지 배웅 나왔던 이재신 부처는 올라가 마루에 주저앉았다. 깊은 밤이라 구경꾼 하나 없었지마는 이렇게 떠들썩해 놓고 보니 감출 것도 없고, 부끄러움도 사라져 버렸다.
"배라먹을 년, 술은 뭐 썩어 자빠진 술, 난 모른다 이젠.
양춘자는 없는 반장을 두고 욕설을 퍼부었다. 또 한번 몹쓸 년의 유혹에 걸린 것이요, 모두가 여 반장의 잘못으로만 생각되었다. "그년만 없으믄 밀주인지 뭔지 생각이나 해? 흥, 참 별꼴 다 보겠네. 포르르 달려가서 여 반장네 담을 두드렸다. 순경이 지르는 호통에 여 반장도 잠이 깨어 큰일 난 줄은 알았
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어 이불 밑에서 떨고만 있다가 순경이 가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옷을 주워 입는 길이었다.
양춘자의 안방에서는 삼자 회의가 열렸다. 왼쪽 다리를 깊숙이 바른 무릎에 올려놓고 쉴 새 없이 담배를 피우는 이재신은 종시 말이 없고 두 여인만은 처음부터 옥신각신이었다.
서로 자기가 잘했고 따라서 책임은 저편이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침묵을 깨뜨리고 이재신이 입을 열었다.
"염려들 마시우. 아까 그 박 순경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니 한 잔 멕여서 어루만져 놓으면 될 거요. 그래두 안 되면 쌀이나 한 가마 갖다 안겨 놓지. 줘서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어? 요새 멕여서 안 되는 일이 어디 있는 줄 아시우?"
(중략)
들어서자 이재신은 코가 땅에 닿도록 절하고 나서 간밤의 실례를 사과하고 금후로는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할 터이니 양해하여 달라고 청을 드렸다.
한참 동안 묵묵히 앉아 있던 박 순경이 입을 열었다. "피차에 생활은 다 궁하지 않습니까? 궁하기는 제가 이 선생보다 더할 겁니다. 그러니 궁하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어려운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선생께서도 생각다 못해 부득이 해서 하셨겠지요. 허지만 법이 있으니 어떡합니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 주시지요.
박 순경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몸이 몹시 불편한 듯하였다. 다른 소리는 들으나 마나 한 것이고 하여튼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하라는 말은 확실히 용서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몇 번이나 몰래 만지면서 술이나 한잔 나누러 나가자고 말을 꺼내려다가 삼켜 버렸다. 몸도 불편하려니와 그의 생김새를 가만 보아하니 자칫하다가는 창피를 당할 것도 같았다. 공손히 치사하고 일어서 나왔다. 막상 나와 보니 돈 한 푼 안 들이고 큰일이 해결되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 오늘 재수는 상지상(上之上)이로다. 한길에 나온 재신은 몇 걸음 옮겨 놓다가 다시 돌이켜 생각했다.
- 이번 일만이라면 그냥 두어도 무방하겠지마는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는지 모른다. 지금 삶아 두지 않으면 다음부터 일이 있을 때에 부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왕 갖고 온 돈이니 버리는 셈 치고 술이나 좀 사다 안겨 놓자.
상점에 가서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일천오백 원으로 ㉮ 포도주 세 병을 사서 깨끗한 종이에 싸 가지고 다시 박 순경네 대문을 들어섰다. 부인은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이고 박 순경이 혼자 앉아 약을 마시고 있었다.
대문간으로 들어간 이재신은 마당에서 굽신했다. "약소합니다마는 한잔 맛 보시우. 포도주는 몸에두 괜찮습니다. 이번엔 뭐라구 감살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전 술은 못합니다.
브로커: 적조 때문에 아무것도 살지 못합니다. 실컷 고생만 하고, 잔뜩 손해만 보고······ 선생이 직접 경험하셨잖아요.
브로커: 이런······ 선생은 뭔가 지나치게 과민해지셨군요. 이영복: 난 정상이에요. 이 세상의 그 어떤 모르는 사람이 괴로우면 나도 괴로워야 당연하고, 그 모르는 사람이 기쁘면 나도 기뻐야 당연하죠.
이영복: 그래서 나 자신이 갖기로 한 겁니다. 브로커: 무슨 말씀인지······? 이영복: (침묵) [D] 브로커: 그러니까 뭡니까? 혼자 다 갖겠다는 건 ····· 남에겐 팔지 않겠다, 그런 뜻입니까?
이영복: 네. 브로커: 왜요? 이영복: 내가 팔면 ····· 산 사람은 나처럼 실컷 고생만 하고, 잔뜩 손해만 볼 겁니다. 그걸 알면서 양식장을 팔 수는 없죠.
브로커: 별 희한한 생각을 하셨군요. 도대체 선생이 다른 사람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선생을 잘 아는 사람이 양식장을 살 리는 없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 사게 될 텐데요?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 자, 나를 보십시오! 선생과 다른 사람 사이에, 그 중간에, 브로커인 내가 있습니다. 선생은 일단 양식장을 나에게 넘겨주세요. 그럼 나는 적조가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그걸 살 사람을 찾아내 파는 겁니다. 그 경우, 선생은 누가 샀는지 모르며, 산 사람 [E] 역시 누가 팔았는지 모릅니다. 실컷 고생을 하고 잔뜩 손해를 봐도, 중간에 있는 나를 욕할 뿐 모르는 사람을 욕하진 않죠. 그러니 얼마나 편리합니까, 나라는 존재가? 선생이 들을 욕을 내가 중간에서 대신 듣고, 선생이 받을 원망을 내가 중간에서 대신 받습니다. 선생은 아무 걱정 마세요. 그저 홀가분한 기분으로 나에게 양식장을 팔고 떠나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이영복: 하지만 이젠 비켜 주시지요. 중간에서 가로막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 이강백, 「물고기 남자」
브로커: 날······ 비키라구요? 이영복: 네. 이제서야 비로소 알게 된 사실입니다. 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요.
읽기 전 관점
- 이재신의 집은 겉보기와 달리 배급 탈 돈도 부족한 궁핍한 처지이다.
- 양춘자와 여 반장은 밀주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자기 방어를 한다.
- 이재신은 순경을 회유하거나 뇌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 (나)의 김진만과 이영복은 양식장 투자 실패 이후 브로커의 압박을 받는다.
- 브로커는 실종자 시체와 보상금을 둘러싼 인간성의 훼손을 거칠게 드러낸다.
- 두 제시문은 궁핍한 현실 속에서 인물이 어떤 윤리적 선택 앞에 놓이는지 보여 준다.
핵심 흐름
- 앞부분 줄거리사건의 사회적 배경
이재신 가족의 궁핍과 밀주 제작
- 순경의 방문갈등의 표면화
밀주가 드러나고 이재신이 책임을 회피함
- 삼자 회의인물들의 속물성 노출
두 여인은 책임을 미루고 이재신은 뇌물 가능성을 떠올림
- 파출소 장면예상과 다른 윤리적 긴장
박 순경이 궁핍을 이해하면서도 재발 방지를 요구함
- 이재신의 계산풍자적 내면 제시
돈 한 푼 안 들고 해결됐다고 여기면서도 다음 일을 대비하려 함